HOW TO EAT : 먹기 명상


먹기 명상 HOW TO EAT

[틱낫한 지음 | 진우기 옮김 | 한빛비즈 출판]



[쌀 한 톨에 우주가]

쌀 한 톨을 마음다함과 집중으로 바라볼 때
단 일 초 만에 이 곡식에 온 우주(빗물, 구름, 지구,
시간, 공간, 농부 그리고 만물)이 담겨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마음다함과 집중이 통찰을 가져오고,
한 순간 한 톨의 쌀에서 아주 많은 것을 볼 수 있게 됩니다.

놀랍도록 빠릅니다!

마음다함과 집중이 있으면
언제든 통찰을 할 수 있습니다.

쌀알을 입 안에 넣으면
온 우주를 입 안에 넣은 것입니다.

이는 생각을 멈추면 가능합니다.
쌀알을 씹을 때 다른 생각을 한다면
이 경이로운 실재를 맛볼 수 없습니다.



[시간을 들여]

음식을 먹을 때는
충분히 시간을 할애하여 먹는 것이 좋습니다.
먹는 시간은 매우 행복한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아침, 점심, 저녁 식사를 할 때 천천히 드십시오.
충분히 즐기세요.

생각을 멈추고 먹는 일에 온전히 몸과 마음으로 현존하십시오.



[치유]

마음다함으로 먹을 때는 몸과 마음,
지구별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만을 소비합니다.

이렇게 먹기 수행을 할 때
나와 남의 고통을 줄일 수 있습니다.
나를 치유하기 시작하면서 세상의 치유를 도울 수 있습니다.

영성 가족으로서, 그리고 인간 가족의 일원으로서
나는 이런 먹기 수행을 하여 삶이 좀 더 지속가능하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최고의 음식]

내가 무엇을 사고,
무엇을 먹는지 깊이 성찰해야 합니다.

내가 사고 먹는 것들이
기후변화를 더 가속화하거나,
멈추는 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몸에 자양분을 공급하기 위해 먹을 때도
나의 먹기가 지구를 더욱 파괴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여유 있는 식사]

스케줄을 조정하여 식사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기 바랍니다.
장소와 음식도 적합해야 합니다.
                            
무엇을 먹는가는 매우 중요합니다.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준다면
저는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드릴 수 있습니다.
어디에서 먹는지도 말해준다면
역시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드릴 수 있습니다.

'내가 소비하는 것'이 바로 '나'입니다.

내일 무엇을 얼마나 소비하는지
깊이 들여다보면 자신의 본성을 매우 잘 알게 됩니다.

사람은 먹고 마시고 소비해야 하지만,
그런 행위를 마음다함 없이 아무렇게나 한다면
몸과 의식을 파괴할 수 있습니다.

한 끼의 식사는 나보다 앞서 왔던 생명들에게,
그리고 내가 죽은 후에 태어날 생명들에게 감사를 표할 기회입니다.



[지구별이 '나']

내가 먹은 음식은 이 아름다운 지구별에서 나옵니다.

지구별은 내 안에 있고,
한 숟가락의 음식에 있고,
내가 숨 쉬는 공기에도 있고,
내가 마셔 몸속에 흐르는 물에도 있습니다

내가 지구별의 일부임을 즐기십시오.

그리고 한술 음식으로
지구별과 나의 인연이 더 깊어짐을
알아차릴 수 있도록, 그렇게 음식을 드십시오.



[음식에 대한 다섯 가지 숙고]

1. 이 음식은 지구별과 하늘, 뭇 생명,
    무수한 사람의 수고와 사랑,
    노동이 합쳐져 온 선물입니다.

2. 이 음식을 받을 만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마음다함과 감사로 먹게 하소서.

3. 저의 탐욕과 불건전한 심리작용을 인지하고
    변화시켜서 적절한 양을 먹을 수 있게 하소서.

4. 뭇 생명의 고통을 줄이고,
    기후변화를 악화하지 않고,
    소중한 지구별을 치유하고
    보존할 수 있도록 음식을 먹게 하여
    저의 자비심이 늘 살아 있게 하소서.

5. 형제애를 돈독히 하고,
    공동체를 구축하며,
    뭇 생명에 봉사한다는 이상에
    자양분을 줄 수 있도록 이 음식을 받습니다.



[음식 담기]

이 음식에서
나는 분명히 보네.
나의 생명을 부양하는
온 우주의 현존을.



[나의 접시 보기]

이 접시에 담긴 음식
향기롭게 입맛을 돋우네.
또한 많은 고통도 담겨 있네.



[먹기를 시작하며]

첫 번째 한 입을 먹으며
기쁨을 가져오는 사랑을 수행하네.
두 번째 한 입을 먹으며
고통을 완화하는 사랑을 수행하네.
세 번째 한 입을 먹으며
살아 있는 기쁨을 수행하네.
네 번째 한 입을 먹으며
뭇 생명에 평등한 사랑을 수행하네.



[빈 그릇을 보며]

이제 비어 있는 나의 그릇은
곧 소중한 음식으로 채워지리.
지구 곳곳의 생명들이 힘겹게 살고 있지만
먹거리가 충분한 나는 복 있는 사람



[먹기를 마치며]

나의 그릇은 비어 있고
나의 허기는 충족되었네.
뭇 생명의 이익을 위해
살아갈 것을 맹세하네.





HOW TO WALK : 걷기 명상


걷기 명상 HOW TO WALK

[틱낫한 지음 | 진우기 옮김 | 한빛비즈 출판]



[도착했습니다]

발걸음마다 도착하십시오.

그것이 걷기 명상입니다.
그밖에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나는 도착했다]

세상에서 가장 심오한 가르침은
또한 가장 짧은 가르침이기도 합니다.

바로 "나는 도착했다."입니다.

나의 숨으로 돌아왔다면
지금 이 순간으로,
나의 본래 고향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다른 곳에 도착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습니다.
나의 최종 도착지가 묘지라는 것은 기정 사실입니다.

그곳에 가려고 굳이 서두를 필요가 있을까요?
지금 이 순간으로, 삶이 있는 곳으로 발길을 돌리면 어떨까요?

단 이삼 일 만이라도 걷기 명상을 수행하면 깊은 변화가 일어나고,
삶의 순간마다 평화로움을 즐기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내 얼굴에 미소가 번질 때
우주에 존재하는 무수한 생명이 내게 미소를 보냅니다.

그러면 나의 삶은 매우 깊어집니다.
내가 생각하고 느끼고 행하는 모든 것이
나의 조상들과 미래 세대에게 영향을 미치고, 우주 전체로 울려 퍼집니다.



[산에 오르기]

언젠가 일행과 함께 중국에 가서
명산이 오대산을 오른 적이 있습니다.

정상으로 가는 길이 매우 가팔라서 쉽게 지치는 곳이었습니다.
일행 앞에 천팔십 개의 계단이 놓여 있었습니다.

출발 전에 저는 숨을 쉬고
한 계단 올라간 후 마음을 쉬고,
다시 숨을 쉬고 한 계단 올라간 후
마음을 쉬면서 가자고 제안했습니다.

산을 오르되 등산의 모든 순간을 다 즐길 수 있도록
그렇게 오르고 싶었습니다.

열 걸음을 걸은 후
그때마다 우리는 자리에 앉아서
주변을 둘러보며 숨을 쉬고 빙그레 웃었습니다.

우리는 도착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걸음마다 도착했고,
평화와 고요함, 굳건함, 자유와 함께했으니까요.

정상에 도착했을 때 우리 모두는 행복했고 에너지가 넘쳤습니다.

이렇게 걸음마다, 심지어 오르막길을 오를 때도
마음다함과 집중, 기쁨, 통찰과 함께할 수 있습니다.



[걷기의 기적]

우리의 본래 고향은 '지금 이 순간'에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 사는 것이 기적입니다.

저는 숨을 들이쉬고 온전히 살아있음을 느낄 때
저 자신이 기적이라 생각됩니다.

귤 한 개를 마음다함으로 바라볼 때
저는 그 귤이 기적임을 압니다.
귤껍질을 마음다함으로 벗길 때
저는 귤을 먹는 것이 기적임을 압니다.

우리가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이 기적입니다.

그러므로 마음다함을 수행할 수 있다면
매일 여러 번 기적을 행하는 것입니다.

기적은 물 위를 걷는 것이 아닙니다.
기적은 지금 이 순간 푸른 지구별을 걷는 것,
지금 존재하는 평화로움과 아름다움을 경이로운 마음으로 맞이하는 일입니다.

저는 걸을 때마다 이런 기적을 만듭니다,
누구나 언제든 원할 때마다 걷기의 기적을 행할 수 있습니다.



[어머니 지구별]

걸을 때면 누구나 지구별을 만납니다.
모든 생명의 어머니인 지구별과 접촉하는 것은 대단한 행복입니다.

지구별을 걸으며 걷기 명상을 수행할 때
나를 비롯한 모든 생명을 품어주고 키워주는
살아 있는 존재 위를 걷고 있음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그동안 지구별에 많은 해를 끼쳤기 때문에
지금은 걸으면서 두 발로 대지에 사랑의 입맞춤을 할 때입니다.

걷고 있는 동안 빙그레 웃으십시오.
그것은 '나는 지금 여기에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 미소가 지금 여기를 낙원으로 만들어줍니다.



[열반]

열반(니르바나)은 말로 묘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직접 맛보아야 합니다.
키위를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면
그 맛이 어떤지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것을 아는 최선의 방법은
입속에 키위 한 조각을 넣는 것입니다.
그럼 키위의 맛을 금방 알아차릴 것입니다.

열반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직접 열반의 맛을 봐야 합니다.
열반은 지금 당장 내가 걷는 모든 걸음에 존재합니다.

열반에 들기 위해 죽을 필요가 없습니다.
열반은 모호하지도, 멀리 있지도 않습니다.
발걸음마다 자유의 언덕으로 갈 수 있다면,
이미 열반을 맛보고 있는 것입니다.



[도시에서 걷기]

매일의 삶에서 마음다함의 걷기를 수행해보십시오.

버스정거장까지 가는 짧은 시간을
걷기 명상 시간으로 활용해보십시오.
주변 환경의 소음과 동요가 심해도
호흡의 리듬에 맞추어 걸을 수 있습니다.
                            
대도시의 소동 속에서도
내면은 평화롭고 행복한 미소를 띠고 걸을 수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삶의 순간마다 온전하고 충만하게 산다는 것의 의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