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WALK : 걷기 명상


걷기 명상 HOW TO WALK

[틱낫한 지음 | 진우기 옮김 | 한빛비즈 출판]



[도착했습니다]

발걸음마다 도착하십시오.

그것이 걷기 명상입니다.
그밖에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나는 도착했다]

세상에서 가장 심오한 가르침은
또한 가장 짧은 가르침이기도 합니다.

바로 "나는 도착했다."입니다.

나의 숨으로 돌아왔다면
지금 이 순간으로,
나의 본래 고향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다른 곳에 도착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습니다.
나의 최종 도착지가 묘지라는 것은 기정 사실입니다.

그곳에 가려고 굳이 서두를 필요가 있을까요?
지금 이 순간으로, 삶이 있는 곳으로 발길을 돌리면 어떨까요?

단 이삼 일 만이라도 걷기 명상을 수행하면 깊은 변화가 일어나고,
삶의 순간마다 평화로움을 즐기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내 얼굴에 미소가 번질 때
우주에 존재하는 무수한 생명이 내게 미소를 보냅니다.

그러면 나의 삶은 매우 깊어집니다.
내가 생각하고 느끼고 행하는 모든 것이
나의 조상들과 미래 세대에게 영향을 미치고, 우주 전체로 울려 퍼집니다.



[산에 오르기]

언젠가 일행과 함께 중국에 가서
명산이 오대산을 오른 적이 있습니다.

정상으로 가는 길이 매우 가팔라서 쉽게 지치는 곳이었습니다.
일행 앞에 천팔십 개의 계단이 놓여 있었습니다.

출발 전에 저는 숨을 쉬고
한 계단 올라간 후 마음을 쉬고,
다시 숨을 쉬고 한 계단 올라간 후
마음을 쉬면서 가자고 제안했습니다.

산을 오르되 등산의 모든 순간을 다 즐길 수 있도록
그렇게 오르고 싶었습니다.

열 걸음을 걸은 후
그때마다 우리는 자리에 앉아서
주변을 둘러보며 숨을 쉬고 빙그레 웃었습니다.

우리는 도착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걸음마다 도착했고,
평화와 고요함, 굳건함, 자유와 함께했으니까요.

정상에 도착했을 때 우리 모두는 행복했고 에너지가 넘쳤습니다.

이렇게 걸음마다, 심지어 오르막길을 오를 때도
마음다함과 집중, 기쁨, 통찰과 함께할 수 있습니다.



[걷기의 기적]

우리의 본래 고향은 '지금 이 순간'에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 사는 것이 기적입니다.

저는 숨을 들이쉬고 온전히 살아있음을 느낄 때
저 자신이 기적이라 생각됩니다.

귤 한 개를 마음다함으로 바라볼 때
저는 그 귤이 기적임을 압니다.
귤껍질을 마음다함으로 벗길 때
저는 귤을 먹는 것이 기적임을 압니다.

우리가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이 기적입니다.

그러므로 마음다함을 수행할 수 있다면
매일 여러 번 기적을 행하는 것입니다.

기적은 물 위를 걷는 것이 아닙니다.
기적은 지금 이 순간 푸른 지구별을 걷는 것,
지금 존재하는 평화로움과 아름다움을 경이로운 마음으로 맞이하는 일입니다.

저는 걸을 때마다 이런 기적을 만듭니다,
누구나 언제든 원할 때마다 걷기의 기적을 행할 수 있습니다.



[어머니 지구별]

걸을 때면 누구나 지구별을 만납니다.
모든 생명의 어머니인 지구별과 접촉하는 것은 대단한 행복입니다.

지구별을 걸으며 걷기 명상을 수행할 때
나를 비롯한 모든 생명을 품어주고 키워주는
살아 있는 존재 위를 걷고 있음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그동안 지구별에 많은 해를 끼쳤기 때문에
지금은 걸으면서 두 발로 대지에 사랑의 입맞춤을 할 때입니다.

걷고 있는 동안 빙그레 웃으십시오.
그것은 '나는 지금 여기에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 미소가 지금 여기를 낙원으로 만들어줍니다.



[열반]

열반(니르바나)은 말로 묘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직접 맛보아야 합니다.
키위를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면
그 맛이 어떤지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것을 아는 최선의 방법은
입속에 키위 한 조각을 넣는 것입니다.
그럼 키위의 맛을 금방 알아차릴 것입니다.

열반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직접 열반의 맛을 봐야 합니다.
열반은 지금 당장 내가 걷는 모든 걸음에 존재합니다.

열반에 들기 위해 죽을 필요가 없습니다.
열반은 모호하지도, 멀리 있지도 않습니다.
발걸음마다 자유의 언덕으로 갈 수 있다면,
이미 열반을 맛보고 있는 것입니다.



[도시에서 걷기]

매일의 삶에서 마음다함의 걷기를 수행해보십시오.

버스정거장까지 가는 짧은 시간을
걷기 명상 시간으로 활용해보십시오.
주변 환경의 소음과 동요가 심해도
호흡의 리듬에 맞추어 걸을 수 있습니다.
                            
대도시의 소동 속에서도
내면은 평화롭고 행복한 미소를 띠고 걸을 수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삶의 순간마다 온전하고 충만하게 산다는 것의 의미입니다.